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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그 중 하나는 회사에서의 점심시간입니다. 대화로 인한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해 식사 중 대화가 금지되고 투명 플라스틱 칸막이가 쳐지거나 앞 좌석은 비워 놔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이 생겼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점심시간이 편하게 동료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요즘 점심 시간의 식당을 보면 TV 속의 뉴스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식사하시는 분들이 많죠.
이렇게 변화된 상황이 먹기 명상에는 참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먹기 명상은 말 그대로 먹으면서 하는 명상인데, 이 말을 들으면 우선 절의 발우 공양이 생각납니다. 다들 조용히 앉아서 밥과 반찬, 국을 받고 조용히 앉아서 식사 한 후 단무지로 마무리 하는 순서가요. 제가 소개하는 내용은 앤디 퍼디검의 "당신의 삶에 명상이 필요할 때"라는 책에 나오는 식사 명상 방법입니다. 서양에서 태어나 스님이 되었다가 다시 속세로 들어온 사람답게 우리보다 명상에 대해 생소한 서양인을 위해 친절하게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명상이 소개되어서 따라하기 편합니다.
식사 명상 수행법
1단계: 심호흡하기
모든 명상의 시작은 심호흡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 앉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솔직히 회사 안의 식당에서 코로 들이 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심호흡을 하기는 주위 시선 탓에 쉽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메뉴를 받은 동료를 기다리는 도중에 천천히 코로 들이 마시고 내쉬는 정도로 해도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 앉는 느낌이 듭니다.
2단계: 음식이 도착하기까지 여정 생각하기
요즘은 무엇이든 클릭 몇 번으로 집 앞까지 배달오는 시대이므로 이 물건 또는 음식(재료)이 어느 과정을 통해 내 앞까지 오게 되었는지 생각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정말 어렵다는 것이 느껴지죠. 제가 점심에 먹었던 메뉴는 불낙전골이었습니다. 재료를 살펴보자면, 눈에 보이는 것들은 소고기, 낙지, 버섯, 당면, 양파, 두부, 만두고 직접 보이지는 않지만 육수를 내는데 사용되었을 수 많은 재료들이 있겠죠. 소고기는 무슨 부위일까? 국내산일까? 국내산이라면 어느 지역 소일까? 등등 생각보다 여정과 관련된 생각거리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재료에 대해 이러한 생각을 하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죠.
음식이 도착하기까지 여정을 생각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습니다. 과연 재미있을까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얼마전 tvN에서 했던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는 테이프를 뒤로 감듯 시간을 뒤로 돌리며 주요 음식재료를 소개하죠. 음식 재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이 백종원 대표의 음식 설명 만큼이나 재미있습니다. 또한, 각종 미식 프로그램이 주요 식재료 관련 스토리를 비중있게 다룬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 과정은 명상 과정인 동시에 흥미로운 생각의 시간입니다.
물론 이 과정의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대했을 때 젓가락이 먼저 나가면서 맛을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조건 반응이지요. 이러한 조건 반응을 경계하며 우리가 의식적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식사 시간에 명상을 통해 다시 되돌아 보는 것입니다. 물론 배가 고픈 상황에서 이러한 여정을 생각하는 것이 좀 힘들겠지만요.
3단계: 주어진 음식에 감사하기
이 단계를 보니 저는 군대 훈련소가 생각났습니다. 항상 식사 시간 전 같이 앉은 탁자의 누군가가 대표가 되어 감사히 잘 먹겠다고 선창하면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 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 때는 하라고 하니까 그냥 따라 했었는데, 이 음식을 키우고, 채집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분들과, 산지부터 식당까지 배송을 했던 분들, 마지막으로 맛있게 조리한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우리는 가격을 지불했다는 핑계로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명상 중 계속 강조되는 것이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는 것인데, 처음에는 약간 낯간지럽고 굳이 왜 해야하는 마음이 들지만 점차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4단계: 오감을 활용해 음식을 느끼기
음식 명상의 핵심 단계에 도착했습니다. 나의 오감을 활용해 음식을 느끼는 단계이지요. 이 단계를 통해 느낀점은 내가 식재료와 관련해 모르고 있던 경험이 참 많았다는 점입니다. 아까 예를 들었던 불낙전골을 먹으며 새로 느낀 점은 전골에 있었던 느타리 버섯이 제가 알던 것보다 훨씬 탱글탱글한 식감을 가졌고, 불고기도 생각보다 간이 강하게 돼있어서 단 맛이 많이 느껴졌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처음 2~3분은 새로운 감각을 느끼는 것이 신기하겠지만 점차 지루해지면서 다른 생각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다시 꺼내고 싶은 마음이 커지겠지요. 책에서는 이러한 반응을 당연한 것이라 말하면서 다시 호흡에 집중하라고 말 합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식사 명상을 반복할 수록 음식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처음부터 조급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5단계: 식사의 마무리 - 몸의 변화 알아차리기
식사가 끝나감에 따라 우리의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단계입니다. 식사의 목적은 당연히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목적이 잘 수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식사 전과 식사 후의 위장의 상태를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신기하게도 이 단계를 수행하고 나면, 왜인지 식사 시간을 잘 보냈다는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하루에 세 번 있는 15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과거와는 달리 의미있는 시간으로 변했지요
명상 후 변화
먹기 명상 후 느낀 가장 큰 변화는 기존에 몰랐던 감각의 깨어남입니다. 왜 우리는 기존에 음식과 관련된 감각을 잘 못 느꼈었을까요? 식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행동을 같이 하기 때문이죠. 우리 모두 식사하며 TV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이러한 현상을 명확히 짚었는데, 우리의 가공 식품이 점차 자극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TV를 보면서 식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의 맛을 각인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강한 자극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지요. 여러 소리가 있으면 큰 소리에 작은 소리가 묻히듯, 여러 자극이 우리 뇌로 들어오면 강한 자극만 남기 때문에 고객의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강한 자극을 제공해야지요. 물론 그렇게 여러 강한 자극이 들어오면 뇌를 포함한 우리 몸은 점점 피곤해지지만 여전히 보다 강한 자극을 찾겠죠. 이러한 사슬을 끊기 위한 작은 시작으로라도 먹기 명상은 의미가 있습니다.
먹기 명상을 한 후 평소보다 음식에 집중해서 그런지 음식이 보다 맛있다고 느껴지고 천천히 먹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맛을 확인할 수 있게 되니 그냥 식사를 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하는 느낌도 들고요. 이 느낌, 저 느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식사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평균적인 식사 속도였는데 식사 명상을 하고 나니 항상 제가 제일 마지막까지 먹고 있더라고요. 살짝 눈치가 보이기에 식사량을 조금 줄였는데 다이어트에 살짝 효과가 있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생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전날 무슨 메뉴를 먹었는지 명확히 기억납니다. 사무실에서 점심 메뉴를 고를 때 어제는 뭘 먹었지? 하고 물으면 사무실에 있는 대부분 기억을 잘 못합니다. 식사를 한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며 부가적으로 밥을 먹었기 때문에 식사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지요. 전날 먹은 메뉴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억은 남습니다.
고독한 미식가도 먹기 명상 수행자?
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 고독한 미식가를 봤는데 이 아저씨도 먹기 명상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먹기전 심호흡을 하지도 않고 식사 도중 호흡에 집중하지는 않지만 음식을 먹기 전 간략한 감사 기도를 하고 음식의 원산지를 보며 여정을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음식에 집중하고 오감을 활용해 음식을 느낀다는 점에서는 훌륭한 먹기 명상 수행자로 보였습니다. 이제는 고독한 미식가를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먹기 명상을 통해 똑같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먹기 명상 실행이 어렵다면?
카카오 채널에서 명상과 관련해 많은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 먹기 명상 안내 동영상 링크를 아래와 같이 첨부했습니다. 이 동영상은 어떻게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지 건포도를 활용해 설명하고 있는데 위 글만으로 명상 하기가 어려운 분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건포도 먹기 명상: together.kakao.com/mind/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