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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 하원 독점 소위는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의 독점적 지위의 남용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여기에는 독점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법률 개정 및 행정적 감시의 변활를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되었죠.

 

근데 GAFA 구성원을 살펴보면 코로나로 인한 언텍트 시대에서 미 증시 활황을 주도한 FAANG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Nvidia만 제외하면요. GAFA의 특징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양쪽을 이어주는 플랫폼 (Two-sided platform) 제공자라는 것이지요. Google과 Facebook은 광고주와 서비스 이용자를, Apple은 App 개발자와 App 구매자를, Amazon은 다양한 제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시켜줍니다. Nvidia는 플랫폼 제공자가 아닌 제품 개발업체이지요. FAANG의 5 구성원 중 4이 플랫폼 제공자라는 것을 보면 언텍트 시대에서 성공적인 플랫폼 제공자가 갖는 지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GAFA (출처: Twitter.com)

 

성공한 플랫폼 제공자는 왜 독점적 지위를 갖기 쉬운가?

미 의회는 플랫폼 제공자로써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GAFA의 지위 남용을 지적했는데, 문제는 아래의 2가지 이유에 의해 구조적으로 GAFA와 같은 성공한 플랫폼 제공자가 독점적인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네트워크 효과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미리 시장에 진출한 플랫폼 제공자(First mover)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결과적으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네트워크 효과란 네트워크 참여자가 늘어날 수록 효용이 늘어남을 설명하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에 보다 많은 판매자가 참여할 수록 내가 찾는 물건이 있을 확률이 높아지고 판매자간 경쟁이 이뤄져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죠. 또한 판매자 입장에서도 구매자가 많은 플랫폼에서 보다 많은 매출과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테니까 큰 네트워크를 가진 플랫폼을 찾죠. 물론 여러 개의 플랫폼에 참여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시간,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 플랫폼에만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제가 판매자/구매자 어느 입장에서든 플랫폼에 참여한다고 한다면 큰 규모의 플랫폼에 참여해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려고 하겠죠. 이렇게 참여자가 한쪽으로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은 독점적 구조로 변하게 됩니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는 First mover advantage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플랫폼에서의 네트워크 효과 (source: NFX)

 

축적된 막대한 데이터

또한 GAFA가 가진 막대한 데이터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증가시키는 힘이 됩니다. GAFA의 공통점은 AI시대에서 고객의 정보를 잘 모으고 이를 활용해서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의 수집, 이를 바탕으로 한 딥러닝 모델의 학습, 학습된 모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모두 대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죠. 제가 생각하기에 딥러닝 시대에서 핵심은 딥러닝 모델보다 데이터에 있습니다. 딥러닝이라는 말 자체에서 볼 수 있듯이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GAFA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각 고객에게 맞춤 제품/광고를 추천할 수 있으며, 데이터가 학습되지 않은 신규 고객에게도 기존 고객과의 유사성 분석을 통해 적합한 제품/광고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후발 플랫폼 제공자의 경우는 참여자가 적기 때문에 데이터가 적고 딥러닝 모델 정확도가 떨어지며 결과적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죠.

 

보고서에 명시된 반독점 대책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미 하원 독점소위는 2가지 주문을 내놨습니다. 첫번째는 플랫폼 제공자가 독점적 지위를 획득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인 인수/합병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죠. 이는 기존 플랫폼의 경쟁자에 대한 인수를 어렵게 하여 경쟁 체제를 유도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보고서에 작성된 독점적 지위 강화를 위한 인수 사례는 Google의 Youtube 인수, Facebook의 Instagram 등이 있습니다. Google이나 Facebook 입장에서 보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업체를 풍부한 자금을 활용해 인수 후 자사에 편입하면 보다 다양한 서비스군을 갖추고 고객층을 확대하는 기회로 할 수 있죠. 반대로 Youtube와 Instagram이 인수되지 않았다면 Google의 동영상 서비스, Facebook과 경쟁하며 독점적 지위를 위협했을지도 모르죠.

 

두 번째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제공자가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업체는 그 지위를 남용해 초과 이익을 얻고자 하는 유혹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니까요. 의회, 행정부가 독점적 지위의 남용을 규제하는 이유는 이러한 독점적 지위 남용이 정당한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소비자 및 사회에 손해를 미치기 때문입니다.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 분할, MS의 끼워팔기 규제 등을 통한 미국 반독점 규제 역사를 볼 때, 이번 GAFA에 대한 의회 보고서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닌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과거 반독점 미국에서 반독점 규제를 받았던 산업들 (source: classlawgroup.com)

향후 플랫폼 기업에 미칠 영향은?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미국도 규제 관련 법률 제정은 입법부 영역이고 독점 행위 감시/처벌은 행정부 영역입니다. 둘 다 선거 결과에 따라 누가 의회를 차지하고 대통령에 당선되는가에 달렸죠. 지금 분위기로는 민주당의 선거 승리가 예상되는데, 이 경우 의회 보고서의 제안이 상당히 강력하고 구체적으로 실행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위 이야기를 미국 IT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이야기로만 한정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죠. 최근에 네이버가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검색 노출 방식을 조작해 네이버 쇼핑 사이트가 위에 뜨도록 했다는 공정위의 발표나 (네이버측은 공정위의 발표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죠) 배달 플랫폼인 요기요와 배달의 민족 합병은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제공자와 독점적 지위를 가지려는 제공자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플랫폼 제공자에 대한 반독점 움직임이 국내에서도 이어질지 살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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